티렉스 Car Story
[황욱익 자칼 시승기]나만의 개성있는 대형세단의 길_캐딜락 CT6 플래티넘 시승기 본문
아메리칸 럭셔리의 상징, 미국인이라면 평생 한 번쯤 타게 되는 차 등등 과거 캐딜락을 수식하는 용어는 많았습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고 트렌드가 바뀌면서 어느새 정신 차려 보니 캐딜락은 그런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하는 메이커가 되었죠 .
지금이야 BMW 같은 독일 메이커와 자주 비교되지만 애초에 캐달락은 그런 평가대에 올라가는 차가 아니었습니다. 유럽에 벤츠가 있고 미국에는 단연 캐딜락과 링컨이 있었습니다. 물론 과거의 얘기지만요.
아주 오랜만에 캐딜락을 만났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저 같은 서민은 꿈도 못 꿀 차였죠.
잡지사 시절 캐딜락 시승차를 집에 가지고 가면 아부지가 참 좋아하셨습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좀 있는 분들에게 캐딜락 자동차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까요.
이번에는 CT6를 만났습니다. 작업장 앞에 세워 두니 동네분들이 관심을 보입니다. '이야~캐딜락이네요' 역시나 나이 지긋하신 동네 어르신들은 금방 알아 보십니다
사실 저는 두 가지 큰 불치병을 앓고 있습니다. 심각한 안면인식장애와 공항장애(공황 아니고 공항 맞습니다) 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비슷비슷하게 생긴 자동차를 잘 구분 못 합니다. 얼굴이 비슷비슷하고 크기만 차이가 있는 최근의 캐딜락은 사실 어떤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존재감 만은 확실 합니다.
세부 모델을 잘 몰라도 '아 저건 캐딜락'이라고 딱 알 수 있죠.
단단한 느낌이 가득하고 날이 서있는 엣지가 굉장히 강인한 인상을 줍니다.
앞부분은 예전의 보수적이고 변화가 적었던 캐딜락에 비해면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입니다.
뒷모습은 전통적인 캐딜락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세로로 배치된 테일 램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했죠.
아주 멋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절제됨이 있고 여기 저기 멋 부린 흔적이 가득 합니다. 사이드 뷰는 그야말로 강인함 그 자체 입니다.
빈틈이 없는 듯 하지만 구석구석 여유가 있는 미국식 수트를 갖춰 입은 느낌입니다.
고급스러움이 가득 합니다.
센터페시아의 버튼은 큼직큼직하고(요즘은 센터페시아의 버튼을 없애거나 엔포테이먼트 시스템의 터치 패널에 매입하는게 대세 입니다) 잘 보이는 곳에 있습니다.
마감제나 시트의 소재도 훌륭합니다.
앞좌석과 뒷좌석에는 마사지 기능이 제공되며 뒷좌석 역시 전동식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반면 너무 많은 기능을 넣으려는데 집중해서 그런지 세부 기능을 찾아 사용하려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아니나, 자동차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V6 3.6 엔진은 묵직하고 급작스러운 액셀러레이터 조작에도 당황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3가지로 제공되는(투어, 스포츠, 아이스/윈터) 드라이브 모드는 굳이 변경하지 않아도 투어 하나면 충분합니다.
연비 모드로 운행을 하면 작동하는 가변 실린더는 계기판에 V6 혹은 V4로 표시가 됩니다.
사륜 구동 모델이라 고속 주행 거동이 안전적이고 큰 차체를 비교적 매끄럽게 움직입니다.
승차감도 너무 딱딱하지 않고 노면의 잔진동 흡수가 빠릅니다.
서스펜션 세팅에 많은 공을 들인 흔적이 가득합니다. 어느 순간에도 경거망동 하지 않고 품위와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습니다.
정숙성도 매우 뛰어난데요. 아이들링도 그렇고 고속 주행에서도 실내는 매우 평온 합니다.
달리기 성능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브레이크 입니다. 과거 미국차들이 브레이크가 좀 취약했는데요. CT6의 브레이크는 강력하고 전후 밸런스가 아주 잘 맞았습니다.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차체가 쉽게 흔들리거나 하지 않고, 앞쪽으로 하중이 쏠린 후에 곧장 차체가 가라 않는 고급스러운 세팅였습니다.
이런 세팅은 주로 독일스포츠카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CT6도 비슷합니다. 아메리칸 럭셔리에서 독일스포츠카의 향기를 맡을 줄이야? 상당히 의외 였습니다.
기본적인 안전장비(차선이탈 경보, ACC)와 편의 장비가 다 들어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용하기 좀 복잡했는데 금방 익숙해 집니다. 스티어링 휠에 붙어 있는 복잡한 스위치의 용도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매뉴얼을 차근차근 읽어 봐야할 정도 입니다. 다양한 편의장치가 있다는 말입니다.
카플레이가 지원되는 보스 오디오도 매우 훌륭합니다.
요즘 오디오 안 좋은 차가 없겠지만 캐딜락에 들어간 보스 오디오는 중저음이 굉장히 강력합니다. 나이트 비전도 요긴하게 사용했습니다.
밤에 가로등 하나 없는 국도를 다녔는데 시험 삼아 써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ACC는 미국 사양과 약간 다르다고 합니다. 그래도 시내든 고속도로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ACC는 앞차가 있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나 교차로, 코너가 있는 도로에서는 사용을 자제 해야 합니다.
멈추고 다시 출발할 때는 스티어링 휠의 RES 버튼을 한 번 눌러주면 다시 작동 합니다.
캐딜락 CT6는 생각보다 굉장히 좋은 차 입니다. 다만 캐딜락이라는 이름을 빼면 기함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존재감이 큰 편은 아닙니다.
가격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분명 메리트가 있지만 이미 독일 메이커들에 기준이 가 있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입니다. 업계 종사자로서 그런 부분이 참 안타까워요.
분면 좋은 상품인데 이미지에 밀려 평가절하되고 인터넷을 떠돌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걸 여러 번 봤거든요.
캐딜락 분명 좋은 자동차입니다. 자동차는 남이 자기를 어떻게 보느냐가 아닌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택하기 전에는 반드시 시승도 해 봐야 하구요.
그런 점에서 캐딜락은 분명 매력있는 자동차이고 독일자동차가 아니여도 고민해 볼만한 세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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