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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리 잃어가는 경차,일본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경차.그 이유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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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리 잃어가는 경차,일본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경차.그 이유는?

D.EdiTor 2017. 8. 20.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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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 SUV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경차의 인기는 점차 시들해지고 있다. 경차의 가장 큰 경쟁력인 가격에서 소형차와 소형SUV에 비해 특별한 메리트가 되지 못 한다는 점에서 인기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경차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일본도 경차의 가격은 소형차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격이 인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와 다르게 경차의 인기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일본만의 역사적 이유와 자동차 문화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경차 사랑...그 이유와 시작이 궁금하다.

일본의 경자동차 역시는 1949년부터 시작한다. 태평양전쟁 패망 이후 탄생한 경자동차는 일본의 전후 경제성장에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신규 분야로서 그 경차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일본의 경자동차 산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것은 1955년의 일로, 통산산업성(현재의 경제산업성)의 중공업국 자동차과의 담당자였던 카와하라 노보루(川原晃)가 제안한 국민차육성요강(国民車育成要綱)이 세간에 발표되면서부터이다.

패망 이후 1949년까지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상당히 위축되어 있었다. 가솔린 등의 연료는 모두 미군정부의 철저한 통제 하에 배급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자동차가 아닌 산업 자체가 발전할 수 없었다. 일본의 산업이 다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토요타, 히노, 이스즈, 마츠다, 닛산 등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제대로 된 4륜차를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도 미군정부의 규제 때문에 차를 만들어낼 수 없었고, 혼다를 비롯한 원동기 메이커들은 원동기를 부착한 자전거나 소형의 바이크들을 생산해 크게 유행하던 시기이다. 후에 스카이라인이라는 명차를 생산하게 되는 프린스 자동차의 경우에는 아예 축전지를 이용한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기도 했다.

1949년 미군정부의 규제를 완화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편하고 손쉽게 자동차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일본 정부는 소형의 엔진과 작은 차체, 그리고 높은 경제성을 갖춘 초소형의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을 정책으로 발표한다. 결과론적으로 이 정책은 일본의 소형차 기술력을 독보적인 위치로 끌어올리는 견인을 하고, 일본 자동차산업이 발전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현재 일본 자동차 문화의 큰 틀을 마련하고 경차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게 된다.  



1949년 7월에 발표한 일본정부의 “운수성령 제36호 차량규제 제3조2항의 자동차를 분류하는 기준”을 보면, “경자동차, 소형자동차, 보통자동차 및 특수자동차”의 4개 항으로 개정하면서 처음으로 “경자동차”라는 단어가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경차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았던 시기여서 1955년까지 무려 7번이나 규정이 바뀌는 등 정착하는 과정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당시 경차의 기준이 되는 배기량이나 엔진의 크기조차 통일되어 있지 않았고, 자동차 바퀴 수에 대한 제한이 없던 시기라 지금 생각하는 경차와는 다른 의미의 자동차들만 생산되었다. 그래서, 경자동차인지 3륜 오토바이인지 아니면 오토바이 엔진을 응용한 별개의 탈 것인지 분류하기 애매모호한 차량들이 생산된 이유이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메이커들은 경차 생산 계획이 아예 없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은 실패로 끝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던 중 1955년 스즈키자동차공업(현 스즈키)가 스즈라이트 경차를 발표한다. 스즈라이트는 일본 정부의 “국민차육성요강”에 명시되어 있던 4륜 경자동차의 규격(360cc의 4행정 엔진에, 전장 3미터, 전폭 1.3미터, 전고 2미터의 차체규격)에 가장 부합하는 모델이었는데, 문제는 규격만 맞췄을 뿐 가격은 소형차와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서민들의 평균 연봉이 4~5만엔 시절에 스즈라이트 기본 가격이 42만엔이었다고 함)

일본의 도로에는 소형 바이크나 바이크를 개조한 3륜 트럭들이 대부분이었고, 게다가 가격 또한 비싸 봤자 20만엔 대 중반이었기에, 스즈라이트의 판매는 저조했다. 또한 스즈라이트는 정부 규격에 맞추는 데 급급했기 때문에, 그 자체의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았으며, 성능도 좋지 않았고 편의성도 높지 않았다.




이렇게 일본 경자동차가 망해가는 중에 다시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1958년, 후지중공업(현 스바루)의 스바루360이 탄생하면서 부터다. 스즈키의 스즈라이트와 마찬가지로, 스바루360 역시 일본 정부의 “국민차 육성요강”에서 정한 기준에 맞추어 제작된 차량이었는데, 스즈라이트와는 달리 처음부터 350cc 급 엔진의 탑재를 염두에 두고 설계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이것이 성공요인이 되었다.


또한 정부 규격이 오락가락 하는 상황에서 탄생했던 대부분의 경자동차들이 2인승에, 엔진 성능도 그저그런 스펙들이 많아서, 대부분의 경자동차들이 최고 속도 60킬로미터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데 비하여, 스바루 360은 처음부터 “성인 4명이 탑승할 수 있고,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공차중량이 350킬로그램 이상이 되며, 350cc급에서 15마력을 출력할 수 있으며, 최고속도가 80킬로미터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있는, 공랭식의 자동차”라는 점에서 큰 성공을 하게 되었다.

스바루 360의 성공에는 일본 정부의 경차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후지중공업의 막대한 자본력이 결합하면서 탄생할 수 있게 되었다. 가격은 약 40만엔으로 여전히 서민들에게는 비싼 가격이었지만 성능을 고려한 만족도가 높아 많은 판매가 이뤄졌다.



이후 일본은 경자동차 전성시대가 도래하게 되는데, 이후 1976년(배기량이 550cc로 증가)과 1990년(배기량이 660cc로 증가, 그리고 차체 사이즈가 전장 3.3미터, 전폭 1.4미터, 전고 2미터), 그리고 1998년(전장 3.4미터, 전폭 1.48미터, 전고 2미터)에 각각 경자동차 기준이 변경되면서 시대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경차들이 생산할 수 있도록 정책이 유동적으로 바뀌었다.



지금의 일본 경차들은 국민만을 생각하던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의지, 회사 수익보다는 국민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신차 개발에 몰두한 자동차 회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와 함께 시대에 맞게 정책이 산업에 뒤처지지 않고, 함께 발전한 부분이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는 1991년 5월 우리나라 첫 경차 대우 '티코'가 탄생하고 서민의 자동차로 불리며, 출시 된 해 3만대가 팔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작고 편리하고 기분 좋은 동료’라는 영어의 앞 글자를 딴 티코는 이름처럼 배기량 800㏄, 차량무게가 불과 640㎏으로 24.1㎞/ℓ의 뛰어난 연비로 서민들의 발이 되어줬다.

그 이후에도 기아자동차의 모닝과 GM대우 마티즈,쉐보레 스파크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높아지는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조금씩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경차'가 서민의 자동차에서 사라지는 자동차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지만, 지금의 경차는 누구를 위한 자동차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경차에 대한 기준 또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해외에서는 경차로 분류되나 국내에서는 소형차로 불리는 자동차들이 한국에서 볼 수 없다는 점은 누구보다 소비자들을 고려한 정책이 아닌 건 확실하니까....


더 많은 경차들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